하루 한마디

가을을 닮고 싶습니다.

zzirong 2019. 9. 22. 22:51



가을을 닮고 싶습니다


빗물 먹은 풀잎 생끗

물방울 터지고

가을비가 창가로 푸르륵

미끄러지는

가을 한낮의 오후입니다.


내 기억헤집고

혼자 걸어가던 길 따라

살포시 잊고 살았던 이름 하나

쓸쓸한 날이면 떠오릅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울긋불긋 단푸이 들면

해맑은 회심을 꺼내놓고

낙엽을 모아 심지 불붙여 놓고


붉게 물든 가을 들녘을

한달음에 달려가서

가을을 담아오던

친구가 생각납니다.


해마다 가을이 오면

대추나무 주렁주렁

한 소쿠리 담고

빠알간 석류 두 알 입에 털어 넣고

웃음 짓던 해맑은 미소가

그리워집니다.


햇살 가득 품은 가을빛 보석으로

넉넉한 가을을 닮고 싶습니다.

온통 가을로 깃든

하늘이고 싶습니다.


올해도 가을이 오면

못다 한 추억놀이 하러 가렵니다.

온통 가슴에

행복을 수놓고 싶습니다.


- 김미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