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마디
나 떠나는 날을 위한 기도
zzirong
2019. 10. 8. 16:11
나 떠나는 날을 위한 기도
나 떠나는 날에도
길에는 무심한 듯 자동차도 다니고
산에는 나무들 서 있고
내가 물주며 보살피던 꽃나무엔
예쁘고 향기 나는 꽃이 피게 하소서
숨 가쁘게 밀려오는 고독과
내 안에 잠든 그리움의 노래를
불러내어 깨우는 일로
살아온 날들의 아픔에
눈물지는 일은 없게 하소서
나뭇잎으로 떨어져 나간
가을의 뒷곁에서
또 다른 계절의 주인으로
파리한 얼굴로 다가오는 겨울을 맞는 일처럼
슬픈 일도 없게 하소서
어린 시절 동안이던 친구 녀석이
찌들어 늙어가는 얼굴을 보는 일 같은
뒹굴어 헐떡이다 죽어가는 가을을 보는 일 같은
인생의 쓸쓸함도 없게 하소서
나 살아있는 동안이라도
바닷 고동의 속같이 구비 돌아가는
가파른 인적 없는 산길을 회한으로 걸어도
시간의 무게에 눌려 날마다 아픔으로
미리 죽어가는 일은 없게 하소서
나 떠나는 날은 잠자듯 가게 하소서
내 삶의 무게는 내 어깨에만 지고
아름다운 이별이 되게 하소서
그래서
내가 아는 아주 적은 숫자의 사람들 가슴에서
선한 얼굴과 둥근 성격의 소유자란 이름으로
생각나면 기억되게 하소서
그 자리에 서 있어
아름다운 한 그루 나무로 만족하다
하늘 보며 미소 짓는 얼굴로 가게 하소서
나 이승에 오지 않을 때처럼
따사로운 해가 비치고
꽃잎 아름답게 피어나는 그런 세상에서
아름다운 이별이 되게 하소서
- 김진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