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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밤 이야기
허름한 초가삼간 호롱불 밝히면
방안 가득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할머니의 굽은 손은 화로 대에
검은 숯을 채우고 불씨를 심어 놓는다
문풍지 사이로 자람이 들어와
화롯불을 붉게 달구고
구들장 뜨끈한 열기와 온정이
가득히 넘칠 때 고구마와 밤을
묻어 놓고 이야기보따리
구성지게 풀어 놓으시고
웃음꽃 피우는 동안 겨울밤은
말캉한 군고구마가 불꽃을 피우며
익어가고 밤도깨비가 탁탁
깨어나는 시간이다
온몸을 뜨끈히 데우고
살얼음 동동 동치미 한 사발에도
추위가 물러간다
할머니의 곰방대 재 터는 소리와
잔기침 소리느 따신 잠을 청하는 소리
동지섣달 긴긴밤이 깊어만 가고
어느새 눈꺼풀이 내려앉아
꿈인 듯 스르르 어둠이 내리고
화롯불 열기도 하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한다
겨울밤이 포근하게 깊어가고
훗날 어린 손자에게 들려줄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기억 주머니에
소중하게 담아둡니다
- 방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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