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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마디

겨울밤 이야기

zzirong 2020. 1. 15. 16:44


겨울밤 이야기


허름한 초가삼간 호롱불 밝히면

방안 가득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할머니의 굽은 손은 화로 대에

검은 숯을 채우고 불씨를 심어 놓는다


문풍지 사이로 자람이 들어와

화롯불을 붉게 달구고

구들장 뜨끈한 열기와 온정이

가득히 넘칠 때 고구마와 밤을

묻어 놓고 이야기보따리

구성지게 풀어 놓으시고

웃음꽃 피우는 동안 겨울밤은

말캉한 군고구마가 불꽃을 피우며

익어가고 밤도깨비가 탁탁

깨어나는 시간이다


온몸을 뜨끈히 데우고

살얼음 동동 동치미 한 사발에도

추위가 물러간다


할머니의 곰방대 재 터는 소리와

잔기침 소리느 따신 잠을 청하는 소리

동지섣달 긴긴밤이 깊어만 가고

어느새 눈꺼풀이 내려앉아

꿈인 듯 스르르 어둠이 내리고

화롯불 열기도 하얀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한다


겨울밤이 포근하게 깊어가고

훗날 어린 손자에게 들려줄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기억 주머니에

소중하게 담아둡니다


- 방명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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